뇌 속 스위치 하나를 반대로 누른다

불면증 약과 기면증 약은 정반대의 병을 고친다. 그런데 두 약은 서로의 병을 부작용으로 갖고 있다.

ILLUSTRATION 새벽 두 시
02:00 세 시간째 천장

어두운 방, 침대에 누워 눈을 뜬 채 천장을 보는 사람. 시계는 02:00. 몸은 누워 있는데 눈만 말짱하다는 대비가 전부다.

화면 전체를 어둡게 깔고 인물만 떠오르게 하면 다음 낮 장면과의 명암 대비가 커진다. 오렉신이나 스위치는 아직 등장하지 않는다 — 여기서는 증상만 보여준다.

ILLUSTRATION 같은 날 낮
하하 몇 초 뒤엔 멀쩡해진다

밝은 회의실. 웃는 표정 그대로인데 몸만 무너져 팔걸이를 붙잡는 순간. 웃음과 무너짐이 동시에 한 컷에 있어야 한다 — 아픈 표정이면 이 병이 아니다.

다리를 특히 힘없이 그린다. 앞 장면과 같은 인물처럼 보이지 않게, 옷이나 체형을 다르게 잡아준다.

ILLUSTRATION 정반대의 두 사람
02:00 잠들지 못한다 14:00 깨어 있지 못한다

두 장면을 좌우로 붙여 밤과 낮, 정반대의 고장을 한 화면에 놓는다. 밤은 어둡게, 낮은 밝게 — 명암이 곧 대비다.

이 그림이 기사 전체의 문제 제기다. 뒤에서 같은 스위치 하나로 두 사람을 설명하게 되므로, 두 인물을 대칭 구도로 배치해두면 나중 도식과 이어진다.

새벽 두 시. 몸은 분명 지쳐 있는데 머리는 아직 할 일이 남은 것처럼 말짱하다.

같은 날 낮, 다른 사람은 회의 중에 동료의 농담에 웃다가 갑자기 무릎에 힘이 풀려 의자 팔걸이를 붙잡는다. 몇 초 뒤엔 멀쩡해졌지만, 그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은 잠들지 못하고, 한 사람은 깨어 있지 못한다. 정반대로 보이는 두 사람인데, 두 사람을 치료하는 최신 약들은 뇌 속 같은 자리 하나를 붙잡고 있다.

그 자리를 처음 찾아낸 건 1998년이었다.

ILLUSTRATION 같은 물질에 붙은 두 이름
Cell · 1998 오렉신 PNAS · 1998 하이포크레틴 같은 물질, 두 이름

1998년의 두 논문을 좌우로 놓고, 두 갈래가 가운데 하나의 분자로 합쳐지는 형태. 분자는 실제 오렉신 A/B의 구조를 가져와도 좋고, 3D 모델을 쓴다면 이 자리에 앉히면 된다.

움직임이 필요 없는 정적 도판이다. 두 이름이 같은 것을 가리킨다는 게 한눈에 읽히면 된다.

FIG. 01 오렉신 신호
SLEEP WAKE z z
SLEEP WAKE

우리는 잠을 뇌가 꺼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다. 깨어 있는 상태는 가만두면 유지되지 않는다. 뇌 어딘가에서 계속 붙잡고 있어야 유지된다.

붙잡는 손이 있다. 1998년, 두 연구팀이 거의 동시에 시상하부의 아주 작은 신경세포 무리에서 그 손을 찾아냈다. 한쪽은 오렉신이라 불렀고, 다른 쪽은 하이포크레틴이라 불렀다 — 같은 물질에 붙은 두 이름이다.

오렉신이 하는 일은 스위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스위치가 한쪽에 붙어 있도록 눌러주는 것이다. 신호가 세면 각성 쪽에 붙박이고, 신호가 사라지면 수면 쪽으로 넘어간다.

왼쪽 슬라이더가 그 신호의 세기다. 직접 밀어보면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인다.

FIG. 02 손이 놓지 않는다
SLEEP WAKE z z
SLEEP WAKE

FIG. 03 손이 사라졌다
SLEEP WAKE z z

이 손은 두 방향으로 고장 난다. 첫 번째는 손이 놓지 않는 것이다.

Saper와 동료들이 2005년에 제안한 모델은 각성 회로와 수면 회로가 서로를 누르는 구조를 전기 스위치에 비유했다. 한쪽이 완전히 이겨야 딸깍 넘어간다.

신호가 꺼져야 할 시간에 꺼지지 않으면, 스위치는 각성 쪽에 붙박인 채로 밤을 보낸다. 그게 불면증이다.

왼쪽 슬라이더를 SLEEP 쪽으로 당겨보라. 당기는 만큼 내려가지 않고, 끝까지 당겨도 수면까지 가지 못한다. 놓으면 바로 되돌아온다.

두 번째 고장은 정반대다. 손 자체가 사라진다. 제1형 기면증에서는 오렉신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상당수 없어진다.

누를 것이 없으니 각성이 유지되지 않는다. 낮에도 수시로 수면 쪽으로 미끄러지고, 감정이 격해질 때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잠들거나 깰 때 몸이 움직이지 않는 수면마비와 환각이 따라온다.

왼쪽 버튼으로 깨워보면, 붙잡을 손이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인다.

고장이 두 방향이면, 약도 두 방향이어야 한다.

ILLUSTRATION 자리를 먼저 차지한다
자리 1 자리 2 세포막

세포막에 난 자리 두 곳을 약이 먼저 차지하고 있고, 위에서 내려온 오렉신이 닿지 못하고 되돌아간다. 약이 무언가를 부수는 게 아니라 자리를 선점한다는 게 읽혀야 한다.

약은 실제 정제나 캡슐 모양으로 그려도 좋다. 두 자리가 둘 다 막혀 있어야 한다 — 뒤에 나오는 "한 곳만 자극하는 약"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ILLUSTRATION 두꺼비집과 스위치 하나
예전 수면제 — 전부 꺼짐 각성 오렉신 차단 — 한 방만 꺼짐

집 단면 두 채를 나란히. 왼쪽(예전 수면제)은 두꺼비집을 내려 모든 방의 불이 한꺼번에 꺼진 상태, 오른쪽(오렉신을 막는 약)은 각성 회로에 해당하는 방 하나만 꺼지고 나머지는 그대로 켜져 있다.

본문이 쓰는 비유를 그대로 옮기는 그림이라 은유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꺼진 방과 켜진 방의 개수 차이가 한눈에 세어져야 한다.

FIG. 04 아침까지 남는가
2014 · 수보렉산트벨솜라미국 머크(MSD)오렉신을 막은 첫 약. 2014년 FDA 허가.약 12.5시간
2019 · 렘보렉산트데이비고한국에자이2026년 국내 허가를 받았다.약 16.7시간
2022 · 다리도렉산트큐비빅스위스 이도르시아2022년 FDA 허가.약 5.9시간
2025 · 보르노렉산트보르즈 (ボルズィ)일본 다이쇼제약2025년 8월 일본 허가. 국내에는 아직 없다.약 2시간
취침 기상 (8시간 뒤)
막대는 각 약의 반감기, 가로축은 취침 시점부터 18시간, 세로선은 여덟 시간 뒤 기상 시점이다. 연도는 승인 연도로 앞의 셋은 미국, 보르노렉산트는 일본이다. 반감기는 네 약 모두 Oxford 리뷰 논문의 표를 따랐고, 보르노렉산트는 1상에서도 1.3~3.3시간으로 측정됐다.

손이 놓지 않는다면, 손과 스위치 사이를 막으면 된다. 오렉신이 붙는 자리를 미리 덮어버리는 약이다. 2026년 6월 렘보렉산트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한국에서도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예전 수면제는 방식이 달랐다. 벤조디아제핀할시온 · 아티반 · 바리움성분명 트리아졸람 · 로라제팜 · 디아제팜오렉신이 알려지기 한참 전부터 쓰인 진정·수면제 계열이다.이나 졸피뎀스틸녹스 · 졸피드 · 졸피람성분명 졸피뎀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인 수면제. 벤조디아제핀은 아니지만 뇌의 같은 억제 회로에 작용한다. 계열은 뇌 전체의 억제 신호를 건드려서 뇌 활동 자체를 뭉텅 낮춘다.

각성 스위치만 콕 집어 끄는 게 아니라 집 전체 두꺼비집을 내리는 셈이라, 다음날 아침까지 몽롱함이 남거나 의존성이 생기는 문제가 따라붙었다.

오렉신을 막는 약은 각성 회로만 골라서 낮춘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언제까지 막을 것인가.

밤새 붙잡고 있으면 아침에도 못 놓는다. 약이 몸에서 빠지는 속도가 그대로 다음날 아침의 차이가 된다.

답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2014년 수보렉산트벨솜라미국 머크(MSD)오렉신을 막은 첫 약. 2014년 FDA 허가.와 2019년 렘보렉산트데이비고한국에자이2026년 국내 허가를 받았다.는 둘 다 반감기가 밤보다 길었고, 두 번째 약은 오히려 첫 약보다 더 길었다. 반감기가 하룻밤 안으로 들어온 것은 2022년 다리도렉산트큐비빅스위스 이도르시아2022년 FDA 허가.부터다.

그 방향을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 네 번째다. 보르노렉산트보르즈 (ボルズィ)일본 다이쇼제약2025년 8월 일본 허가. 국내에는 아직 없다.는 반감기를 두 시간 안팎까지 줄였고 2025년 8월 일본에서 먼저 승인됐다. 596명이 참여한 3상에서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위약보다 10분쯤 줄었고, 약을 끊었을 때 반동 불면이나 금단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편에서는, 없어진 손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ILLUSTRATION 증상마다 다른 약
각성제 항우울제 수면 보조 낮 졸음 탈력발작 야간 수면 원인 — 오렉신을 만드는 세포가 사라짐

증상마다 약이 하나씩 붙어 있고, 아래 원인 칸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화살표가 전부 위쪽에서 끝나고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는 게 핵심이다.

약은 알약·캡슐 모양 그대로 그려도 좋다. 다음 프레임에서 새 손이 원인 쪽으로 내려가므로 원인 칸의 위치를 맞춰두면 두 장이 이어진다.

ILLUSTRATION 잘 들었지만 간을 망가뜨린 약
1차 시도 중단 2차 시도 승인

같은 손을 두 번 만든 이야기다. 위쪽 손은 스위치를 눌러내는 데 성공했지만 옆의 간이 상해 있고, 아래쪽 손은 모양이 달라졌는데 간은 멀쩡하다.

"효과가 없어서 실패한 게 아니다"가 읽혀야 한다. 두 손이 스위치를 누르는 정도는 비슷하게 그리고, 차이는 옆의 간에서만 나게 한다.

FIG. 05 대신 누르는 손
낮에도 잠듦 깨어 있음 z z

FIG. 06 기존 약과 견주면
기존 각성제
+9~11분
오베포렉스톤
+12~25분
위약과 같음+26분
깨어 있으라고 요구했을 때 잠들지 않고 버틴 시간이, 위약을 받은 사람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기존 각성제 값은 기면증 임상시험들을 모은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솔리암페톨(9.1~10.8분), 오베포렉스톤은 2상의 용량군별 12.5~25.4분이다. 서로 다른 임상시험이라 직접 맞붙인 결과가 아니라 크기의 눈대중이다.

사라진 신경세포를 되살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동안 기면증 치료는 증상을 하나씩 눌러왔다. 각성제로 졸음을 참게 하고, 다른 약으로 탈력발작을 줄이는 식이다.

대신 눌러줄 손을 만들자는 발상이 나왔다. 일본 다케다제약다케다제약 (武田薬品)일본오베포렉스톤을 만든 회사.이 만든 첫 약은 실제로 잘 들었다. 그런데 용량을 올릴수록 간을 망가뜨렸고, 개발이 중단됐다.

효과가 없어서 접은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신호를 채워 넣는 것 자체는 되는데, 얼마나 넣느냐에서 걸린 것이다.

두 번째 약은 구조를 바꿔 다시 만들었다. 오베포렉스톤Orzeyful일본 다케다제약2026년 8월 FDA 허가.이다. 간 영향을 줄이고 하루 한 번 먹도록 설계했고, 2026년 8월 5일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오렉신이 붙는 자리는 두 곳인데, 이 약은 각성에 주로 관여하는 한 곳만 골라서 자극한다. 왼쪽 버튼을 눌러보면 없던 손이 생기는 것이 보인다.

기존 약과 견주면 어떨까. 깨어 있으라고 요구했을 때 버틴 시간을 기준으로, 지금 쓰는 각성제 중 성적이 가장 좋은 것이 9분에서 11분쯤 늘려준다. 오베포렉스톤은 12분에서 25분이었다.

더 눈에 띄는 쪽은 탈력발작이다. 기존 치료는 졸음은 각성제로, 탈력발작은 또 다른 약으로 따로 눌러왔는데, FDA가 이 약을 두 증상을 한꺼번에 다루도록 허가한 첫 사례라고 못박았다. 같은 시험에서 8주째 탈력발작은 위약군이 주당 8.8회였고, 약을 받은 군은 용량에 따라 2.5~5.9회였다.

그런데 두 약의 부작용 목록을 나란히 놓으면, 이상한 것이 보인다.

FIG. 07 서로의 병
깨우는 약 오베포렉스톤Orzeyful일본 다케다제약2026년 8월 FDA 허가. 가장 흔한 이상반응
  • 불면증 48%
  • 요절박 33%
  • 빈뇨 32%
재우는 약 보르노렉산트보르즈 (ボルズィ)일본 다이쇼제약2025년 8월 일본 허가. 국내에는 아직 없다. 시험에서 특별히 지켜본 항목
  • 탈력발작
  • 수면마비
  • 입면환각
  • 주간 졸림
왼쪽은 오베포렉스톤 2상에서 보고된 흔한 이상반응, 오른쪽은 보르노렉산트 3상이 이상반응으로 미리 정의해 감시한 항목이다.

깨우는 약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불면증이었다.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가 겪었고, 대부분 일주일 안에 사라졌다. 그 뒤로 요절박과 빈뇨가 이어진다.

재우는 약 쪽은 정반대다. 보르노렉산트 3상에서 연구자들이 특별히 지켜본 항목은 탈력발작, 수면마비, 입면환각, 주간 졸림이었다. 전부 기면증 증상이다.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왜 그 목록을 미리 준비해뒀는지가 중요하다.

두 약은 서로의 병을 부작용으로 갖고 있다. 스위치를 어느 쪽으로든 너무 세게 밀면 반대편 고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약들에서 어려운 부분은 스위치를 미는 게 아니다. 적당히 밀고, 제때 놓는 것이다.

반감기를 깎아 아침엔 깔끔히 빠지게 만든 것도, 첫 오렉신 작용제가 용량을 올리다 실패한 것도, 깨우는 약이 불면증을 만드는 것도 전부 같은 문제의 다른 얼굴이다.

에자이에자이 (エーザイ)일본데이비고(렘보렉산트)를 팔면서 기면증 약도 개발하고 있다.는 지금 불면증 약을 팔면서 동시에 기면증 약을 개발하고 있다. 정반대의 병을 고치는 두 약이 한 회사에서 나오는 게 이상해 보이지만, 두 약이 요구하는 기술은 같다. 하나의 스위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느냐다.

오늘 밤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건 뇌가 아직 안 꺼져서가 아니다. 놓지 않는 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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