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약', 과연 진실일까?

수능을 앞두고 학군지에서 늘어나는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근거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수능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다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그 약 먹으면 집중이 잘 된다더라." 여기서 말하는 '그 약'은 대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다. 실제로 처방 통계를 들여다보면, 이 약은 특정 지역에서 유독 자주 처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전체 환자 수는 2020년 14만 259명에서 2024년 33만 6,810명으로 5년 새 약 2.4배로 늘었다. 이 중 소아·청소년 환자는 2020년 6만 5,685명에서 2024년 15만 3,031명으로 늘어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지역별로 보면 편차가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청소년 처방 건수 상위 지역은 서울 강남구, 서울 송파구,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서울 서초구 순으로, 이른바 '학군지'·사교육 밀집 지역에 처방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소득 수준별로도 고소득 분위에서 처방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함께 보고됐다(TJB, 2025; 약사공론).

2024년 청소년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상위 5개 시군구 — 식약처 자료 재구성 (의협신문, 2025.10.16)

  1. 1위 서울 강남구 0건 · 환자 5,079명 · 1인당 0.0
  2. 2위 서울 송파구 0건 · 환자 3,747명 · 1인당 0.0
  3. 3위 경기 성남시 분당구 0건 · 환자 3,914명 · 1인당 0.0
  4. 4위 대구 수성구 0건 · 환자 2,876명 · 1인당 0.0
  5. 5위 서울 서초구 0건 · 환자 2,739명 · 1인당 0.0

처방이 매년 10~11월, 즉 수능과 대입 시기를 앞두고 늘어나는 계절적 패턴을 보인다는 지적도 여러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식약처는 이런 흐름을 의식해 서울 주요 학군지 버스정류장에 오남용 경고 포스터를 게시하고, 교육부와 함께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물론 이 통계만으로 '치료 목적이 아닌 처방이 이만큼이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ADHD에 대한 인식과 진단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다. 다만 처방이 특정 지역·특정 시기에 뚜렷하게 몰리는 패턴은, 이 약이 치료제가 아니라 '공부 잘하는 약'으로 소비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정확히 무엇에 작용하는 약인가

메틸페니데이트는 뇌 안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신경세포로 재흡수되는 것을 막는(재흡수 억제) 약물이다. 신경세포 표면의 도파민 수송체(DAT)와 노르에피네프린 수송체(NET)에 결합해 이 두 물질이 시냅스 틈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그 결과 전전두엽과 선조체에서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평소보다 3~4배가량 높아진다.

ADHD 환자의 뇌는 이 두 신경전달물질을 이용한 신호 조절, 특히 주의력·충동억제와 관련된 전전두엽 회로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낮게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그 부족한 신호를 끌어올려 주의 집중과 충동 조절을 돕는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애초에 신경전달물질 신호가 정상 범위에 있는 사람, 즉 ADHD가 없는 사람에게 같은 약을 투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상인이 먹으면 정말 집중력이 좋아질까

이 질문에 대한 연구 결과는 통념만큼 시원하게 '그렇다'고 답하지 않는다.

2011년 발표된 대표적인 메타분석(Smith & Farah, Psychological Bulletin, 2011)은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처방 각성제가 일부 인지 영역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결론 내렸지만, 이후 발표된 후속 메타분석(Ilieva, Hook & Farah,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2015)은 그 효과 크기가 크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작업기억(g=0.13), 일화기억(g=0.20), 억제 조절(g=0.20)에서 나타난 효과는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만 실제 체감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작은' 수준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건강한 젊은 성인만을 대상으로 한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Batistela et al., Dementia & Neuropsychologia, 2016)는 이 통념에 더 직접적인 반박 자료를 제공한다. 18~30세 건강한 남성 36명에게 위약, 10mg, 20mg, 40mg의 메틸페니데이트를 각각 투여하고 90분 뒤 주의력·작업기억·일화기억 검사를 진행한 결과, 어떤 용량에서도 위약 대비 유의미한 인지 수행 향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나타난 차이는 40mg 투여군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잘 될 것 같다"는 주관적 안녕감이 높아졌다는 점뿐이었다 — 실제 성적표가 아니라 느낌만 개선된 셈이다.

이런 결과는 약리학에서 종종 언급되는 '역U자 가설(inverted-U hypothesis)'과도 맞닿아 있다. 전전두엽의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신호는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적정 구간에서 최고치를 보인다. ADHD 환자처럼 신호가 기준선보다 낮은 사람에게는 메틸페니데이트가 그 신호를 적정 구간으로 끌어올려주지만, 이미 신호가 정상 범위에 있는 사람에게 같은 약을 추가하면 적정 구간을 벗어나 오히려 수행이 정체되거나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학군지의 높은 처방률이 곧바로 대규모 오남용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거 자료를 종합하면 최소한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부족한 신경전달물질 신호를 '정상화'하는 치료제이지,
정상인의 뇌를 '초과 성능'으로 끌어올리는 약이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것은 안정적으로 입증된 성적 향상이 아니라, 기분이 좋아졌다는 주관적 느낌에 가깝다는 것이 현재까지 쌓인 연구의 결론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국내에서 마약류로 관리되는 전문의약품이며, 진단과 처방 없이 임의로 복용할 경우 불면, 식욕저하, 불안, 심혈관계 부담 등 부작용 위험도 함께 따른다.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 약의 실제 작용 원리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